3월 22일, 젠슨 황이 선언함. “우리는 AGI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48시간 뒤, ARC-AGI-3가 공개됨. 최고 AI의 점수: 0.37%. 인간: 100%.
같은 주에 일어난 일임. 이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보면, 지금 AI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의 전쟁”의 민낯이 드러남.
젠슨 황이 뭐라고 했나
렉스 프리드먼 팟캐스트 #494에서 나온 대화임. 3시간짜리 인터뷰 중반부쯤, 프리드먼이 질문을 던짐.
“AI가 10억 달러 가치의 기업을 처음부터 만들고, 키우고, 운영할 수 있으려면 얼마나 걸릴까? 나는 5년에서 20년 사이라고 보는데.”
젠슨 황의 대답: “지금이라고 봄. 우리는 AGI를 달성했다.”
프리드먼도 잠깐 멈칫한 듯함. “그 발언에 많은 사람이 흥분할 것”이라고 받았음.
황이 근거로 든 예시가 재밌음. Claude 같은 AI가 바이럴 웹 서비스를 하나 만든다고 치자. 수십억 명이 50센트씩 쓰면 10억 달러. 그 서비스가 한 달 만에 망해도 상관없다는 거임. 프리드먼의 질문에 “10억 달러”라는 숫자가 있었으니, 그 숫자만 맞추면 AGI라는 논리. “당신이 10억 달러라고 했지, 영원히라고는 안 했잖아.”
영리한 대답이긴 함. 근데 이 논리대로면, 바이럴 앱 하나 터뜨린 1인 개발자도 AGI인 셈임. 기준 자체가 너무 낮음.
더 재밌는 건 같은 인터뷰에서 나온 다른 발언들임.
“10만 개의 AI 에이전트가 NVIDIA를 만들 확률은 0%다.”
“NVIDIA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수는 줄지 않고 늘어날 것이다.”
AGI를 달성했다면서, 자기 회사 엔지니어는 대체 못 한다고. 3시간 인터뷰 안에서 스스로 모순을 만들어냄. AGI라는 단어의 무게를 생각하면 꽤 가벼운 사용법임.
시장은 즉각 반응함. NVIDIA 주가 1.7% 상승. AI 관련 암호화폐 토큰은 10~20% 급등. “AGI 달성”이라는 네 글자가 실물 경제를 움직인 거임.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음. 젠슨 황은 AI 학습 칩 시장의 80%를 장악한 NVIDIA의 CEO임. 시가총액 3조 달러. 회사 매출의 대부분이 AI 가속 GPU에서 나옴. AGI가 왔다고 선언하면 어떻게 되나. AI에 쏟아지는 투자가 정당화됨. GPU 수요가 유지됨. 주가가 오름.
삽을 파는 사람이 “금맥을 찾았다”고 외치는 구조임. 그 말이 틀렸다는 게 아님. 다만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위치를 알고 들어야 한다는 거임.
실제로 한 블로거의 분석이 이걸 잘 짚었음. “황은 목적지를 재정의해서, 우리가 이미 도착한 곳과 일치시키고 있다.” 골대를 옮긴 거임.
48시간 뒤, 시험지가 나왔다
같은 주, 3월 25일. Y Combinator 본사에서 ARC Prize Foundation이 ARC-AGI-3를 공개함. 런칭 이벤트에서는 벤치마크 설계자 프랑수아 숄레(Keras 창시자)와 샘 알트만이 “AGI를 향한 지능 측정”을 주제로 대담까지 함.
ARC-AGI는 “AI가 진짜 똑똑한지”를 테스트하는 벤치마크 시리즈임. 2019년에 첫 버전이 나왔고, 이번이 세 번째.
이전 버전인 ARC-AGI-1은 이미 AI가 정복함. 입력-출력 쌍을 보고 변환 규칙을 추론하는 정적 퍼즐이었는데, Gemini 3.1 Pro가 98%를 찍으면서 사실상 포화 상태가 됨. AI가 벤치마크를 깨는 속도가, 사람이 벤치마크를 만드는 속도를 추월하는 시대. 그래서 숄레가 판을 완전히 뒤엎음.
ARC-AGI-3는 이전과 근본적으로 다름. 정적인 퍼즐이 아니라 비디오 게임 같은 인터랙티브 환경임. 135개의 독립된 환경이 있고, 각각 최소 6개의 레벨로 구성됨. 64×64 격자 위에서 턴제로 진행되는데, 핵심은 이거임.
규칙 설명이 없음. 목표도 안 알려줌. 언어도 없고, 숫자도 없고, 문화적 기호도 없음.
그냥 화면을 보고,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스스로 파악해야 함. 어릴 때 처음 게임을 켰을 때의 느낌이랄까.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를 깨닫는 과정 자체가 시험인 거임.
인간에게 시켰더니 486명 전원이 풀었음. 사전 훈련도, 설명도 없이. 평균 7.4분. 사람은 처음 보는 상황에서도 탐색하고, 패턴을 잡고, 전략을 세움. 그냥 됨.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능력임.
AI 결과는 이랬음.
| 모델 | 점수 |
|---|---|
| 인간 | 100% |
| Gemini 3.1 Pro (Google) | 0.37% |
| GPT-5.4 High (OpenAI) | 0.26% |
| Claude Opus 4.6 Max (Anthropic) | 0.25% |
| Grok-4.20 Beta (xAI) | 0.00% |
최고가 0.37%. 1%도 못 넘김. Grok은 아예 0점.
채점 방식도 가혹함. RHAE(Relative Human Action Efficiency)라는 점수 체계를 쓰는데, 인간이 10번 만에 푼 걸 AI가 100번 걸려서 풀면 점수가 10%가 아니라 1%임. 제곱 패널티가 붙어서, 비효율적으로 푸는 건 거의 점수를 못 받음. “맞추기만 하면 되는” 시험이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맞추느냐”까지 보는 거임.
더 인상적인 실험이 있음. 듀크대 연구팀이 Claude Opus 4.6에 특정 환경 맞춤 하네스를 씌웠음. 이미 알고 있는 환경(TR87)에서는 97.1%가 나옴. 꽤 높음. 근데 처음 보는 환경(BP35)에 넣자마자 0%로 추락. 학습한 걸 풀 줄 아는 거지, 새로운 걸 파악하는 능력이 아니라는 걸 정확히 보여준 거임.
숄레의 말이 핵심을 찌름. “지능이란, 처음 보는 것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해하는가다. 진짜 AGI라면 과제별 맞춤 가이드 없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인이 아무 설명 없이 풀 수 있는 걸.”
상금도 걸려 있음. 총 200만 달러 이상. 100%를 달성하는 최초 AI에게 70만 달러. 단, 인터넷 접속 금지, GPT나 Claude 같은 API 호출 금지, 솔루션 오픈소스 필수. 돈만 주는 게 아니라, 진짜 범용 지능의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보임.
정의가 다르면 답도 다르다
결국 이건 “AGI란 무엇인가”의 정의 싸움임. 그리고 그 정의에 수조 달러가 걸려 있음.
| 누가 | AGI 정의 |
|---|---|
| 젠슨 황 | 10억 달러 매출의 기업을 만들 수 있으면 |
| 프랑수아 숄레 | 새로운 과제를 효율적으로 학습하는 능력 |
| OpenAI | 경제적으로 가치 있는 대부분의 작업에서 인간 능가 |
| DeepMind | 10가지 인지 능력에서 중간 수준 성인과 동등 |
| MS-OpenAI 계약 | 1,00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만드는 기술 |
젠슨 황의 정의는 자본주의적임. 돈을 벌 수 있으면 AGI. 숄레의 정의는 인지적임. 처음 보는 문제를 사람처럼 풀 수 있으면 AGI. 이 두 정의는 같은 단어를 쓰지만 완전히 다른 것을 가리키고 있음.
황의 기준으로는 AGI가 이미 왔음. AI가 만든 앱이 수백만 다운로드를 기록하고, AI가 짠 코드가 프로덕션에 올라가는 시대니까. 좁은 의미에서, 특정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건 사실임.
숄레의 기준으로는 0.37%. 한참 멀었음. 현재 AI는 학습한 패턴을 재조합하는 데는 뛰어나지만, 완전히 새로운 상황에서 스스로 규칙을 파악하는 능력은 인간에 비해 처참한 수준임.
DeepMind도 같은 주에 인지 프레임워크 논문을 발표했는데, 결론이 냉정함. AI의 인지 능력을 10가지로 나눠서 측정해보니, 수학이나 정보 검색에는 강하지만 경험에서 배우기, 장기 기억, 사회적 인지 같은 영역에서는 “들쭉날쭉한 프로필”을 보인다고. 어떤 과목은 100점인데 어떤 과목은 0점인 학생 같은 거임. 그걸 “졸업”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475명의 AI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76%가 “현재 접근법으로 AGI 달성은 어렵다”고 답함. 튜링상 수상자 얀 르쿤은 아예 Meta를 떠나서 AMI Labs를 차렸음. 10억 달러를 모아서 “LLM은 진짜 지능의 막다른 골목”이라는 테제에 베팅하고 있음. 세계 모델과 JEPA라는 새로운 아키텍처가 필요하다는 입장.
숄레 본인은 “2030년대 초반”을 예상함. 그때쯤 ARC-AGI-6이나 7을 내놓을 거라고. 지금의 LLM 확장만으로는 안 되고,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
재밌는 건 OpenAI 내부에서도 현재를 AGI로 보지 않는다는 점임. OpenAI의 5단계 프레임워크에서 현재 시스템은 2단계(“추론자”)에 머물러 있음. 에이전트, 혁신가, 조직 운영까지 3단계가 더 남아 있음. 샘 알트만도 AGI를 “매우 느슨한 용어”라고 부름.
결국 “AGI를 달성했다”는 말은, 어디에 골대를 세우느냐에 따라 참이 되기도 하고 거짓이 되기도 함. 문제는 그 골대를 옮기는 사람들의 동기임. GPU를 파는 CEO, AI 투자를 유치하는 스타트업, 규제를 피하고 싶은 기업. 각자의 이유로 AGI의 정의를 조절하고 있음.
이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의 문제임. 같은 단어에 서로 다른 의미를 담고, 각자 자기에게 유리한 해석을 밀어붙이는 중. 그 사이에서 “AI가 정말 어디까지 왔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은 묻히고 있음.
확실한 건 하나 있음. 설명서도 없는 퍼즐을 7분 만에 풀어내는 능력. 처음 보는 상황에서 “아, 이렇게 하는 거구나”를 깨닫는 능력. 이건 아직 인간만의 영역임. 그리고 이걸 AI가 해내는 날이 오면, 그때는 정의 논쟁 따위 필요 없을 거임. 누가 봐도 알 테니까.
출처: Lex Fridman Podcast #494, ARC Prize Foundation, Fortune, Decry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