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학교 컴퓨터실에서 몰래 하던 플래시 게임 “검 강화하기”. 강화 버튼 하나 누르면 확률에 따라 성공하거나 폭파되는 그 단순한 게임이 왜 그렇게 재밌었는지 모르겠다. +13까지 올려놓고 한 방에 날아간 그 허탈함은 아직도 생생하다.
갑자기 이걸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플래시는 이미 죽었고, 모바일 시대니까 앱으로 만들면 되지 않나. 아이디어가 떠오른 김에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게임 기획 — 생각보다 할 게 많다
처음엔 “강화 버튼 + 확률”이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막상 앉아서 설계하기 시작하니까 빠져나올 수가 없다. 확률표를 어떻게 짤 건지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초반엔 거의 100%로 사탕 나눠주듯이 성공시키다가, +5부터 슬슬 긴장감을 주고, +15 넘어가면 한 번 강화에 손이 떨리게 만들어야 한다. +20 이후는 1~3% 확률. 이 구간에서 성공하면 진짜 소리 지를 만한 거다.
파괴 시스템도 핵심이다. +5부터 실패하면 검이 터질 수 있고, +10 이상에서 터지면 레벨이 5단계나 떨어진다. 방지권이라는 아이템이 있긴 한데, 이걸 쓸지 아끼고 도박할지 고민하는 그 순간이 바로 이 게임의 맛이다.
검 이름도 레벨마다 바뀌게 했다. +0 “녹슨 검”에서 시작해서 +5 “강철 검”, +10 “빛나는 검”, +20 “신의 검”, 최종 +25 “신화의 검”까지. 그리고 +15를 찍으면 직접 이름을 지어줄 수 있다. “천벌” +15 성기사의 검. 이런 식으로 내 검에 애착이 생기게 만드는 거다. 애착이 생겨야 터졌을 때 더 아프고, 다시 도전하고 싶어지니까.
속성 시스템까지 설계했다. +10에 도달하면 불, 물, 번개, 바람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선택한 속성에 따라 검의 색감이 완전히 달라진다. 불은 붉은 계열, 번개는 금색+보라. 나중에 PvP를 붙이면 속성 상성으로 전략 요소도 생기고.
만들어보니 은근 재밌다
Flutter로 하루 만에 뼈대를 완성했다. 강화 버튼 누르면 0.3초 딜레이 후 결과가 뜬다. 이 0.3초가 생각보다 중요하다. 바로 결과가 나오면 긴장감이 없는데, 살짝 뜸을 들이니까 “제발…” 하면서 기다리게 된다.
성공하면 금빛 플래시, 실패하면 빨간 흔들림, 파괴되면 파편이 날아가는 연출을 넣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검 주변에 글로우 이펙트가 강해지고, +20 넘으면 오라까지 감싼다. 강해지는 게 눈에 보이니까 괜히 뿌듯하다.
근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강화하려면 골드가 드는데, 돈 벌 방법이 검 판매뿐이었다. 강화하다 터지면 팔 검도 없어서 완전히 막히는 거다. 그래서 두 가지를 추가했다.
채굴 버튼. 탭 한 번에 5~15골드. 적다. 근데 계속 누르면 쌓인다. 화면에 “+12 🪙” 같은 플로팅 텍스트가 뜨면서 사라지는데, 이게 은근 중독된다. 아무 생각 없이 채굴만 연타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됨. 노가다의 본질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방치 수익. 앱을 꺼놔도 시간당 골드가 쌓인다. 아침에 앱 켜면 “부재 중 수익 💰 2,400골드” 같은 팝업이 뜨는데, 이것도 소소하게 기분이 좋다. 최고 레벨 기록이 높을수록 시급이 올라가서, 한 번이라도 높이 찍어둔 보람이 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솔직히 지금은 뼈대만 있는 상태다. 기능은 전부 돌아가는데, 까만 배경에 검 그림이 덩그러니 있으니까 분위기가 안 산다. 검 이미지도 3장밖에 없어서, 대부분의 레벨에서 코드로 그린 임시 그림이 나온다. 이건 좀 아쉽다.
해야 할 게 산더미다. 레벨별 검 이미지 26장, 속성별로 하면 74장. 배경 이미지, 강화 이펙트, 사운드. 그리고 게임을 더 오래 플레이하게 만들 컨텐츠들 — 검 도감, 업적, 일일 퀘스트, PvP 대전. 하나씩 붙여나가면 꽤 그럴듯한 게임이 될 것 같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