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글을 쓰려면 밖에서 찍은 사진이 필요한데, 그걸 매번 PC로 옮기는 게 은근 귀찮다. AirDrop? 쓰긴 쓰는데, 사진 고르고 전송하고 폴더 정리하고… 이걸 매번 반복하자니 뭔가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만들었다. 폰에서 보내면 알아서 PC에 정리되는 시스템. 그것도 텔레그램 봇 하나로.
텔레그램 봇, 생각보다 쓸만하다
텔레그램 봇 API를 들여다보니, 개인 자동화 도구로 쓰기에 꽤 잘 갖춰져 있었다.
- 무료 — 봇 생성부터 API 호출까지 전부 무료다
- 봇 만드는 데 3분 — @BotFather한테 말 걸면 끝
- 파일 2GB까지 전송 가능
- 서버 필요 없음 — 로컬에서 스크립트 하나 돌리면 된다
- API가 깔끔함 — 사진, 파일, 텍스트, 버튼 UI까지 전부 지원
봇을 만들면 텔레그램 연락처에 한 명이 추가되는 것처럼 나타난다. 거기에 사진을 보내면, 로컬 스크립트가 받아서 처리하는 구조다. 별도 앱을 만들 필요도 없고, 텔레그램이라는 이미 쓰고 있는 메신저 위에서 바로 동작하니까 진입 비용이 거의 없다.
구조는 단순하다
폰 (텔레그램 앱)
↓ 사진/메모 전송
텔레그램 서버 (클라우드)
↕ Polling
로컬 Node.js 스크립트
↓ 태그별 분류
~/telegram/blog/2026-02-16/사진.jpg
폰에서 봇한테 사진을 보내면, 로컬에서 돌아가는 Node.js 스크립트가 주기적으로 텔레그램 서버에 “새 메시지 있어?” 하고 물어본다. 새 사진이 있으면 다운로드해서 로컬 폴더에 저장. 이게 전부다.
여기서 핵심은 Polling 방식이라는 건데, 내 쪽에서 물어보는 구조라 외부에 서버를 띄울 필요가 없다. ngrok 같은 것도 필요 없고, 그냥 로컬에서 스크립트 돌리면 끝. 보안적으로도 깔끔하다.
태그 하나면 폴더가 알아서 나뉜다
사진 보낼 때 캡션에 해시태그를 붙이면 자동으로 폴더가 분류된다.
#blog 카페 외관→~/telegram/blog/에 저장#office 회의록→~/telegram/office/에 저장- 태그 없이 보내면 →
~/telegram/general/로
메모도 같이 저장되니까 나중에 “이 사진이 뭐였더라?” 하고 기억을 더듬을 필요가 없다. 특히 블로그 글 쓸 때, 사진마다 간단한 메모가 붙어 있으면 글감 정리가 훨씬 수월하다.
실행 모드는 두 가지
TypeScript + node-telegram-bot-api로 만들었고, 사용 패턴에 따라 두 가지로 돌릴 수 있다.
- 상시 실행 (
npm start) — 켜놓으면 실시간으로 사진이 들어온다 - 단건 실행 (
npm run fetch) — 밀린 메시지만 수거하고 자동 종료
블로그용이라면 단건 실행이 더 현실적이다. 밖에서 사진을 여러 장 보내놓고, 집에 와서 글 쓸 때 한 번 돌리면 전부 가져온다. PC가 꺼져 있어도 텔레그램 서버가 메시지를 보관해주기 때문에, 나중에 켜서 수거하면 그만이다.
사진 전송은 시작일 뿐이다
사실 이 프로젝트의 진짜 목적은 사진 옮기기가 아니다. 텔레그램 봇이 강력한 이유는 양방향 통신이 된다는 거다. 폰에서 보내기만 하는 게 아니라, 봇이 폰으로 메시지를 보낼 수도 있다.
앞으로 확장하려는 것들이 있다. 폰에서 “블로그 발행해” 같은 원격 명령을 보내거나, 빌드나 배포가 끝나면 봇이 폰으로 결과를 쏴주거나, 급한 핫픽스를 /deploy production 한 줄로 배포하는 것. 정리하면, 이 텔레그램 봇은 단순한 파일 전송 도구가 아니라 폰 하나로 내 전체 개발 환경을 원격 조종하는 브릿지의 시작점이다.
비용: 0원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이 모든 게 무료다. 텔레그램 봇 API 무료, Node.js 무료, 로컬 실행이니 서버 비용도 0원. 텔레그램이 무료 메시지 큐 역할을 해주는 셈인데, 별도 인프라 없이 이 정도 자동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건 꽤 매력적이다.
“사진 옮기기 귀찮다”는 아주 사소한 불편함에서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개인 자동화 시스템의 기반을 만들게 됐다. 작은 문제를 풀다 보면 생각보다 큰 것을 만들게 되는 법이다.
개발자라면 텔레그램 봇 하나쯤은 만들어보길 추천한다. 진입 장벽이 낮은 데 비해 확장성이 좋아서, 한 번 만들어놓으면 쓸 곳이 끝없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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