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WBC 한일전 봄. 결과는 6-8 역전패. 알고 있었음. 일본이 강한 거. 근데 막상 지고 나니까 또 아쉬움. 매번 이러면서도 매번 봄.
1회초에 한국이 먼저 3점을 뽑았음. 김도영, 존스가 출루하고 이정후 적시타, 문보경 안타까지 터지면서 3-0. TV 앞에서 소리 지름. 아 이거 오늘 되는 건가? 일본 홈 도쿄돔에서 3-0 선제라니. 심장이 막 뛰기 시작함.
근데 야구는 역시 야구임. 1회말에 스즈키가 2점 홈런 때려서 바로 3-2. 한 이닝 만에 분위기가 확 바뀜. 아 이래서 야구가 무서운 거구나 싶었음.
3회말이 진짜 문제였음. 오타니가 솔로 홈런 치면서 동점 만들더니, 스즈키가 또 홈런. 요시다까지. 3회말에만 홈런 세 방. 순식간에 역전당함. 화면으로 보는데도 공이 날아가는 궤적이 다름. 특히 오타니는 그냥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음. 같은 야구를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
솔직히 오타니한테 맞는 건 어느 정도 각오했음. 근데 막상 눈앞에서 당하니까 진짜 할 말이 없어짐. 저런 선수가 상대편에 있다는 게 좀 절망적임.
4회초에 김혜성이 투런 홈런을 침. 5-5 동점. 이 순간 진심으로 소름 돋음. 아 진짜 되나? 이거 진짜 이기나? 가슴이 다시 뜨거워짐. 김혜성이 베이스 돌 때 괜히 눈이 뜨거워졌음.
6회까지 5-5로 팽팽하게 가는데, 이 긴장감이 장난 아니었음. 한 이닝 한 이닝이 너무 길게 느껴짐. 야구 보면서 이렇게 집중한 건 오랜만임.
그리고 7회말. 불펜이 무너졌음. 볼넷, 또 볼넷, 밀어내기 실점. 요시다한테 2타점 적시타까지 맞음. 5-8. 순식간에 3점 차. TV 보다가 멍해짐. 아 또 이러네. 또 이렇게 되네.
한국 야구가 일본한테 마지막으로 이긴 게 2015년임. 11년째 못 이기고 있음. 이 기록을 알고 봐서 그런지 7회말이 더 아팠음. 또 여기서 무너지는구나 싶은 그 감정이 익숙하면서도 여전히 쓰림.
8회에 이정후 2루타, 김주원 적시타로 1점 만회해서 6-8. 근데 이미 분위기는 기울어진 뒤였음. 마지막까지 포기 안 한 건 좋았는데, 7회의 그 3점이 너무 컸음.
경기 끝나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있었음. 졌다는 사실보다 이길 수 있었는데 졌다는 게 더 아픔. 3-0으로 앞서다가, 5-5 동점까지 만들어놓고, 결국 불펜에서 무너진 거. 이길 수 있는 경기였음. 그래서 더 아쉬움.
한일전은 매번 이러면서도 매번 봄. 지면 아쉽고, 이기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고. 이번에도 1회에 3점 넣었을 때, 김혜성이 홈런 쳤을 때, 그 순간의 짜릿함은 진짜였음. 그게 야구고, 그게 한일전인 거 같음.
다음 경기는 조별리그 남은 거 잘 치르고 8강 가는 거. 일본한테 진 건 아쉽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님. 언젠간 이 벽 넘는 날이 오겠지. 그날까지 계속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