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호주전 7-2 승리, 17년 만에 마이애미 간다

일본전 6-8 역전패. 대만전 4-5 연장 역전패. 두 경기 연속으로 이기고 있다가 뒤집혔음. 솔직히 호주전 보기 전에 기대를 접은 상태였음. 어차피 조건도 극악이라 안 될 거라고 생각함.

8강 진출 조건이 뭐였냐면, 호주를 5점 차 이상으로 이기면서 2실점 이하로 막아야 함. 한국, 대만, 호주가 전부 2승 2패로 동률이 되는데 그때 실점율로 순위를 가리기 때문임. 숫자만 봐도 말이 안 되는 조건이었음.

근데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분위기가 달랐음. 2회초, 문보경이 호주 선발 슬라이더를 때려서 우중간으로 넘김. 투런 홈런. 2-0. TV 앞에서 소리 지름. 체코전 만루홈런, 일본전 2타점 2루타, 대만전 적시타에 이어서 이날도 문보경이었음. 이 대회에서 이 사람이 안 쳤으면 한국 야구는 진작에 끝났음.

3회에도 점수가 나옴. 이정후가 우중간 2루타 치고, 바로 뒤에 문보경이 또 적시타. 4-0. 이쯤 되니까 슬슬 “혹시 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함. 근데 함부로 기대하면 안 됨. 앞에 두 경기에서 배움.

5회, 문보경이 또 적시타를 침. 5-0. 5점 차 조건 달성. 이 순간 진짜 심장이 빨라지기 시작함. 문보경 이날 5타수 3안타 1홈런 4타점. 대회 통산 11타점으로 참가국 전체 선수 중 타점 1위. 문보물이 아니라 국보임.

근데 바로 5회말에 호주 글렌디닝이 솔로 홈런을 때림. 5-1. 괜찮음. 아직 여유 있음. 근데 불안함.

6회에 김도영 적시타로 6-1. 좋음. 여유가 생김. 이대로만 가면 됨. 제발 이대로만.

8회말. 호주가 바자나 적시타로 한 점 더 뽑음. 6-2. 4점 차. 이 순간이 진짜 심장이 멎는 줄 알았음. 5점 차 조건인데 4점 차가 돼버림. 여기서 한 점만 더 내주면 끝남. 투수가 공 던질 때마다 숨을 못 쉼.

9회초. 김도영이 볼넷으로 나가고, 이정후 타석에서 호주 유격수가 악송구를 함. 1사 1, 3루. 안현민이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올림. 7-2. 다시 5점 차. 이 타구가 뜨는 순간 진짜 온몸에 소름이 돋음.

9회말, 마무리 조병현이 올라옴. 이미 2실점이니까 단 한 점도 내주면 안 됨. 아웃카운트 하나하나가 영원 같았음. 마지막 아웃이 잡히는 순간, 17년 만의 WBC 8강 진출이 확정됨.

경기 끝나고 MLB.com 메인에 “Moon over Miami”라는 헤드라인이 떴음. 유명한 재즈곡 제목인데, 문보경의 문샷(대형 홈런)과 마이애미행을 동시에 건 언어유희임. 미국 스카우트들도 주목하고 있다고 함.

일본전 지고 대만전 지고 나서는 진짜 안 될 줄 알았음. 극악의 조건을 내걸고 벼랑 끝에서 해냄. 국대 멱살 잡고 마이애미까지 끌고 간 남자, 문보경. 진짜 문보물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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